🐈 에세이 6화 - 아무튼, 이루리

그 이루리가 그 이루리가 아니고 그 이루리인데...

2021. 7. 18.

🐈 에세이 6화 - 아무튼, 이루리

냐불냐불 고양이 에세이 6화

아무튼, 이루리

트위터를 시작했다. 냐불냐불 트위터. 아니, 뉴스레터 발행인들 모두 어디 숨어있나 했더니 다들 트위터에 숨어있었네요? 마음도 찍고 싶고 좋은 글은 리트윗도 하고 싶어서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이로써 나의 세 번째 트위터 계정이다.

대학생 때 만들었던 첫 번째 계정은 열심히 사용하다가 페북을 더 열심히 하게 되면서 계정을 폭파했다. 아우, 무슨 그런 글까지 썼는지 폭파가 답이었다. 이후에는 잘 사용하지 않다가 몇 년 전 아보카도 가지치는 방법을 찾는 데, 역시 이런 정보는 트위터만 한 곳이 없네, 없어(네?). 그래서 구독계 느낌으로 새로 만들었다. 주로 식물과 고양이만 팔로우하는 계정.

아니, 그러다 보니 또 마음도 찍고 싶고, 글도 쓰고 싶어지잖아? 그래서 또 만들었다. 이번에는 냐불냐불 계정(@nyabulnyabul) 주변에서 냐불냐불 1년만 한다면서 트위터 계정까지 만드냐고, 왜 이리 진심이냐 물었는데, 그건 6개월 후의 제가 알아서 하겠지요. 내버려둡시다. 저도 저를 말릴 수 없어요. 아무튼 이번에 만든 계정으로는 뉴스레터 발행인과 고양이 위주로 팔로우를 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하게 내 트위터 피드에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많다. 트위터가 추천하는 계정들도 모두 고양이다. 음, 좋아. 그리고 우연히 '고양이 수이'라는 이름의 계정을 발견했다.

응? 고양이 수이? 난데?

‘아니, 우리 수이랑 이름이 같잖아? 귀여워!’ 바로 팔로우하고 올라오는 트위터 수이 사진들에 마음을 여럿 찍었다. '어머, 우리 애랑 이름이 똑같아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음, 그게 수이는 팔로워가 많았어…

"수이야, 엄마는 네가 부끄러운 게 아니야. 엄마는 저 수이보다 당연히 네가 더 좋아. 그런데, 만약 엄마 친구 중에 ‘이효리’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고 이효리한테 DM으로 ‘어머! 제 친구 이름도 이효리예요!’라고 하긴 좀 그렇잖아. 너는 고양이라서 모를 수 있는데, 인간 사회에서는 그런 게 또 있어."

아, 나 글 쓰고 있었지.

아무튼 우리 고양이와 같은 이름을 가진 고양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와는 또 달라서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됐는데, 그건 내 이름이 특이한 편이기 때문이다. <냐불냐불> 뉴스레터 구독자 절반은 나의 지인일 테니 알고 있겠지만, 오늘 뉴스레터 제목 ‘아무튼, 이루리’는 내가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다짐이 아니고 그냥 내 이름이다. 이.루.리.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은 예상 질문이 이어지고는 했다.

"안녕하세요, 이루리입니다."

"와, 이름 특이하시다."

1. 형제 있어요? 형제들 이름은 뭐예요?

2. 오, 제 친구 중에도 '이루리' 있어요!

피아니스트 ‘이루마’가 유명해진 후에는 ‘혹시, 이루마 친척이에요? 하하하’라는 유우머를 받기도 했고, 한 번은 싸이월드에서 ‘이루리라는 이름을 가진 자들의 모임’에 초대되기도 했다. 다만, 알고 보니 주인장 이름은 ‘이루리’가 아닌 걸 알게 된 뒤, 조금 무서워져서 탈퇴했다.

솔직히 아무래도 상관없는 수이

흔하지는 않지만 또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이 학교에서 '이루리'는 나 하나였지만, 다른 학교에는 '다른 이루리'가 존재한다고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여기저기 존재하는 '이루리'들이 서로 친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다. 만나면 둘 중 한 명은 죽는다는 도플갱어도 아니고 말이야. 아, 물론 아예 만난 적이 없는 건 아니다. 직접 마주한 적이 두어 번 있는데, 한 번은 중학생 때 학원 엘리베이터에서였다. 서로 인사만 나누던 다른 학교 친구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했는데, 그 친구가 자기 옆에 서있던 친구를 아무렇지 않게 소개했다.

친구: “아, 얘도 이름이 이루리야.”

이루리 A: “… 안녕”

이루리 B:“어… 안녕”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엘리베이터 안의 모두가 어색해졌던 건 기억난다. 다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다행히 그 뒤로는 만난 적이 없다. 또 한 번은 대학생이 된 후, 홍대. 당시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다 ‘이루리 프로젝트’라는 밴드가 공연 중이라는 팻말을 발견했고 재밌어서 그 가게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공연 중인 '이루리'씨는 모르지만, 나는 그 공연을 좀 보았지.

당시에는 트위터를 한참 하던 때라 사진과 함께 ‘ㅋㅋㅋ이루리 프로젝트래’라고 올렸는데, 누군가 ‘이루리 프로젝트가 어때서요?’라는 화난 멘션을 보냈던 게 기억난다. 그 뒤에는 ‘제 이름이 이루리라서요.’라고 답을 달고 오해를 풀고 서로 팔로우했다. 비록 그 계정은 탈퇴했지만.

아, 그러고 보니 닉네임이 ‘이루리’인 유튜버도 만난 적도 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에 대한 어색함은 나이가 드니 점점 무뎌져서 '모든 이루리들 잘 되렴'이라는 마음을 가지게 됐는데, 그 '이루리'를 만났을 때는 그 마음이 절정에 달한 건지, 아니면 모두 모르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모임에서 연결 고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는지 '어! 저도 이루리예요.'라고 말했다가 '... 아, 저는 이루리 아니에요.'라는 답을 들었었다. 당시에는 당황스러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본명이 아니었다고 해서 그렇구나 했다. 그 사람이야 말로 도플갱어를 만난 기분이었을지도 몰라.

그래서 오늘 냐불냐불 주제는 나야? 이루리야?

어릴 때는 이름이 주목받거나 이름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 좋진 않았다. 내가 원하지 않는 않는 주제, 선택하지 않은 주제로 주목받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고양이에게만은 달랐다. 회색 고양이 안나수이. 그래서 회색 코숏을 발견하면 그렇게 반갑고, 또 다른 색이어도 무늬가 비슷하면 또 반갑고. 게다가 이번에는 이름도 같으니 더 반가워, 수이라니! 게다가 고양이 수이라니?

그런데, 수이는 싫을까? 말을 못 하니 알 수가 없네. 근데 수이는 자기 이름이 수이인 거는 알까? 이것도 알 수가 없군. 어차피 수이는 직접 만날 일은 없으니까 괜찮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 이름을 지어준 장본인 엄마도 궁금해졌다. 엄마는 내 이름과 같은 사람을 보거나 만난 적 있나? 어땠을까? 반가웠을까? 나름 80년 대에 한글 이름,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싫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엄마: "응, 만난 적 있지"

나: "어땠어?"

엄마: "뭘 어때. 그냥? 아무렇지 않았지. 좋았지?"

나: "진짜? 좋았다고? 아니, 나는 어릴 때 내 이름이랑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 만나면 좀 이상했거든. 근데 이번에 ‘수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를 봤거든? 근데 이건 또 기분이 좋더라고. 괜히 더 귀엽고. 그래서 엄마도 그런가 싶어서"

엄마: "응, 그냥. 좋았어. 쨰도 루리구나 하고. 근데, 루리야, 너희 고양이 이름은 TV 홈쇼핑에도 나오던데?"

아, 맞네. 안나수이는 브랜드 이름이었지. 아이고, 이건 깜빡했다.

요즘 젊은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마크업

🖤🖤🖤

#공지

냐불냐불 트위터 계정이 생겼어요! @nyabulnyabul

냐불냐불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 사진이랑, 뉴스레터들이 많더라고요. 그냥 지켜보고 있었는데, 트위터에서도 냐불냐불 말하고 싶고 마음도 찍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혹시 구독자님도 트위터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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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1회, 1년동안 귀여운 우리집 고양이 가끔은 친구집 고양이 사진을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아직 요일과 시간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고양이와 관련된 에세이도 함께 갑니다. 혹시 고양이 수다가 떨고 싶다면 이 메일로 답장을 보내주세요. 같이 이야기해요. 물론 귀여운 고양이 인스타그램 제보도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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