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8화 - 몸살에는 판피린, 아니 고양이

잠은 무덤에서 실컷 안 자고, 고양이랑 잘래요

2021. 10. 10.

냐불냐불 고양이 에세이 8화

몸살에는 판피린, 아니 고양이

목요일에 백신을 맞았다. 이제 2주일 뒤면 나도 접종 완료. 마스크는 계속 써야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이제 카페에서 인원이 애매할 때, ‘저는 백신 맞았어요!’를 말할 수 있겠군. 커피를 사러 들어간 스타벅스에서 접종 완료 QR 코드를 찍을 땐, 조금 신나기도 했다.

그리고 조금 신났던 만큼, 그날 밤에는 조금 아팠다. 분명 백신 맞을 때는 괜찮았는 데, 막상 밤이 되니 아픈 건 뭐람? 왼쪽 팔이 욱신. 몸살인지 다리도 저렸다. 새벽에는 아파서 잠에서 깨어나 고민했다. ‘약을 먹자니 일어나니 귀찮고, 안 먹자니 더 아플 것 같고...’ 고민하다 약 대신 주변의 고양이를 찾았다. 따뜻한 체온과 콩콩 거리는 심장 박동. 안고 좀 더 자야지, 휴가 내서 다행이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가장 좋아진건 고양이지만, 추가로 좋아진건 낮잠이 아닐까? 특히 살짝 쌀쌀해지는 요즘이 ‘고양이 낮잠 철(?)’. 주말에 냐불냐불을 쓰고 있을 때면, 어서 뉴스레터를 보내고 낮잠을 자고 싶다는 마음이 성실함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가을바람 불어오게 창문은 열어두고 이불 속에 들어가, 군고구마 봉지처럼 따뜻한 고양이를 안고 자는 건 참을 수 없지. 웬일로 고양이들은 밤보다 낮에 자고 있는 옆자리에 눕는데 좀 더 너그럽기도 하다.

따뜻한 고양이 체온으로 나름 민간요법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배가 아플 때는 엄마 손 대신 배 위에 고양이를 올려놓는다거나, 수족냉증이라면 하루 5분씩 고양이 밑에 손을 쓰윽 밀어 넣고 있으라거나. 가끔은 찾아가는 서비스로 내 손목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기도 하는데, 따뜻하고 묵직하니 물리치료 같기도.

그날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밥도 안 먹고 잠만 자다 하루가 지났다. 백신 후유증이 심하진 않았는지 고양이들과 늘어지게 늦잠, 그리고 다시 낮잠까지 자고 나니 밤에는 컨디션을 회복했다. 누군가 잠은 무덤에서 실컷 자라고 했는데,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는 고양이가 없지 않았을까? 아니라면 고양이와 함께 자는 낮잠의 행복을 모를 리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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