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은 학창 시절 '매를 먼저 맞는 학생'이었는지, 최대한 미뤘다 '나중에 맞는 학생'이었는지. 나는 전자의 학생이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빨리 맞고 빨리 끝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어차피 일어날 일이라면, 최대한 미루면서 모른척한다를 택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우린 작년 5월 결혼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 고양이(이름: 안나, 수이)를 입양했다. 그리고 난 우리 남매 중,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되었다. 어릴 때, 우리 집은 강경했다. '강아지 절대 안 됨'. 지금 생각해보니, 사람 자식만 넷인데, 그럴 만도 했던 것 같다. 종종 키우고 싶다는 말에는 그 무렵 어른들의 레파토리, '키울 거면 커서, 집 나가면 키워'라는 답변을 받았고 어린이는 무럭무럭 자라 그대로 수행했다. 커서 집 나가서 키우게 됐다.

그래도 나는 한국의 딸.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허락받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것이, 돌아올 엄마의 등짝 스매싱이 너무나 무서운 것. 주말까지는 남편과, 고양이와 함께 지내며 현실을 잊고 있었는데, 월요일이 되자 갑자기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건지 싶었다. 매를 먼저 맞기 위해, 퇴근길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식은땀이 줄줄 나던 그때의 전화. 

1주일 뒤, 엄마는 조카들과 우리 집에 방문했다. 한 마리인 줄 알았던 고양이가 두 마리라는 두 번째 충격을 안고. 아, 참고로 두 마리라는 건 우리 집에 방문하는 날, 언니를 통해 알게 됐는데, 언니 말에 따르면 대략 이런 대화였다고 한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도 아니고, 어이가 없었는지 나와 시누이를 번갈아 쳐다보며 '호호' 웃기만 하던 어머님은, 핸드폰 속 고양이 사진을 보시고 '어쩔 끼고~'를 몇 번 던지시더니 아버님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하시고 다음날 시댁으로 내려가셨다. 그리고 다음날 걸려온 아버님의 영상통화. 

아니, 어머님... 말하지 말라면서요... 어머님도 비슷한, 매를 먼저 맞는 성향의 학생이셨군요... 그 이후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영상통화니까 그냥 고양이들 보여드리면서 '귀엽죠!(해맑)'을 시전 했던 것 같다. 뭐, 지금도 그렇다. 알아도 모르는 척이 필요할 때란 이런 때인 것같다.

인터넷의 '고양이 데려오면 내다 버리겠다던 아버지'처럼, 지금 양가 부모님은 고양이를 '어쩔 수 없는 존재'정도로 인식하신다. 어쩌다 보니 고양이를 가장 많이 만나게 된 우리 엄마는 고양이를 조금 좋아하게 됐는데, 이제 내 등짝 대신 고양이 엉덩이를 토닥이는 엄마가 되었다. 저번에는 침대 속에 숨어있는 수이가 귀엽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예전이라면, 침대 속 고양이보다 침구에 묻을 털을 더 생각했을테니까. 그래서 요즘 나는 종종 생각한다. 나중에 어쩌면 엄마도 키우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글을 쓰다보니 다음엔 엄마한테 이렇게 물어봐야겠다.

 

매주 1회, 1년동안 귀여운 우리집 고양이 가끔은 친구집 고양이 사진을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아직 요일과 시간은 정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고양이와 관련된 에세이도 함께 갑니다. 혹시 고양이 수다가 떨고 싶다면 이 메일로 답장을 보내주세요. 같이 이야기해요. 물론 귀여운 고양이 인스타그램 제보도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