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으로 기록할 수 없는 이야기, 수이

보이지 않는 사랑의 총량과 형태에 대해서

2022. 12. 30.

🐈 침대가 없으면 너무 슬프잖아요

#냐불냐불 #고양이뉴스레터

마지막 <냐불냐불>을 보냅니다. 저와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동안 발행했던 뉴스레터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안나, 수이의 일상은 인스타그램 @annasui.cats, 발행인 룰의 이야기는 @yirul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꼭 고양이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저는 아마도 계속 이야기를 하는 사람일 거예요. 누구나 그렇겠지만요. 그럼 언젠가 또 만나요. 그때는 구독자님도 저와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사진 #안나수이 @annasui.cats

수이 이야기

그냥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보면 왠지 샘이 났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니 총량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내 몫을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 나는 공평하게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수이를 만나고 알았다. 그냥 존재가 사랑스러운 사람도, 고양이도 있구나.

수이는 바라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고양이.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만 운다. 사료가 없을 때, 물이 없을 때, 그리고 어딘가에 스스로 갇혀 나오지 못할 때. 그 외 시간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 침대 이불속에 하루 종일 들어가 있기도 하고, 창가에 앉아 아파트 복도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수이의 행동에는 확신이 있다. 이건 내가 좋아하는 거고 그리고 지금 하고 싶은 거라는 확신.

좋아하는 걸 잘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보지 않는다고, 가끔 스스로가 너무 미워질 때면 유튜브에서 배웠다. 그리고 그건 고양이에게도 통용되는 걸까. 여러 교수, 철학자, 강연자들의 말을 듣노라면 수이가 떠올랐다. 단단한 내면을 가진 고양이. 그 힘을 얻고 싶어 수이를 꼭 안으면, 몇 초 견디지 못하고 이내 자리를 떴다. 역시 다른 사람인 나의 마음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수이가 없는 자리에 혼자 늘어져있으면, 생사를 확인하듯 꼭 안나가 왔다. 사랑을 바라는 고양이. 고마운 마음보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안나를 쓰다듬었다.

한 번은 남편과 우리가 헤어진다면 각자 어떤 고양이를 데려가고 싶냐는 이야기를 했다. 하고 싶을 대로 하는 수이는 단단해서 좋고, 안나는 가끔은 안쓰럽지만 그것 또한 다른 형태의 사랑이니 만약 헤어진다면 고양이들의 일생을 다 책임진 후에 헤어지거나, 아니면 한 사람이 두 마리 모두 데려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럼 누가 데려갈 거냐는 두 번째 질문으로 이어져 미결 상태다. 그냥 네가 모두 데려가라는 말은 누구도 꺼내지 않았다.

전혀 다른 성향의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지내면서 내가 배운 건, 사랑에 총량은 없고, 형태는 다양하다는 것. 그리고 이건 사진으로 기록할 수 없는 이야기. 이제 <냐불냐불>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